콩피는 수백 년 전 유럽에서 식품을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사용했던 고전적인 방법이다. 특히 프랑스 남서부 지방에서 가을에 사냥한 오리와 거위를 겨우내 먹기 위해 만들었던 요리이기 때문에 고기의 본래 맛과 완전히 달라지는 것도 콩피의 특징이다. 전통적인 콩피는 거위나 오리에 소금을 뿌리고 오랫동안 절였다가 말린 뒤 열에 녹으면서 나오는 지방을 이용해 천천히 익히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말하는 '진짜' 콩피란 오리나 특히 거위를 이용한 콩피다. 다른 육류들은 오리나 거위의 기름에 졸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콩피라고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넓게 지중해를 비롯한 다른 문화권에도 고기 자체의 지방을 이용해 천천히 조리하는 비슷한 기법들이 존재한다. 이탈리아 남부의 바실리카타에서는 소시지를 오일에 저장해서 보존하고, 레바논과 시리아에서는 양고기를 지방에 조려 만드는 카와르마라는 전통적인 겨울 저장 음식이 있다. 모로코에도 콩피와 비슷한 방식으로 조리하는 클레아라는 음식이 있다. 허브와 소금에 잘 재운 고기를 말렸다가 양고기의 지방을 이용해 바삭할 때까지 튀긴 후 밀봉해서 저장한 뒤 먹는다. 콩피를 보관할 때 산소가 차단되기 때문에 해로운 박테리아나 보툴리누스균 등의 증식을 막을 수 있고, 보존 기간에 따라 맛이 더 좋아지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고기 내부에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보존이 콩피의 목적이었기에 많은 염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맛을 즐기기 위해 염지와 건조 과정에서 사용한 소금을 물로 씻어내고 다른 식재료와 함께 요리한다.
콩피에서 중요한 것은 '염지'와 '건조'다. 전통적인 콩피는 고기를 소금과 허브, 설탕 등과 함께 재워 숙성시킨다. 그리고 지방을 이용해 서서히 가열하는데 내부에서 나오는 지방을 걷어내고 다시 가열한 후 밀봉해 보관하면 오래도록 먹을 수 있는 보존식품으로서의 콩피 요리가 완성된다.
많은 콩피 종류가 있는데 그중 세 가지를 알아보려 한다. 먼저, 버섯 콩피는 고기 요리나 치킨 요리의 가니시로 먹거나 사이드 디시로 따로 먹기도 한다. 한 가지 버섯만 사용해도 되지만 양송이버섯,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새송이버섯 등 여러 버섯을 모두 함께 넣으면 향이 더 좋다. 타임, 로즈메리 등의 허브를 넣고 기름을 부어 오븐에 넣어 놓는다. 버섯 콩피를 했던 기름은 세 번 정도 다시 콩피를 만들 수 있는데, 쓸수록 버섯의 진한 향이 기름에 배어 있다. 버섯 콩피와 버섯볶음은 부피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볶으면 수분이 다 빠져나오는데 콩피를 하면 그에 비해 통통하게 모양이 살아있다. 기름 아래에는 콩소메처럼 버섯 국물이 우러나는데, 이를 따로 두었다가 버섯요리에 사용해도 좋다. 그다음으로 오리 콩피는 오리를 손질하면서 지방을 긁어내 준비한다. 지방을 녹인 뒤 불순물을 걸러내고 보관하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오리 기름이 만들어진다. 오리 콩피를 만들 오리 다리는 껍질째 사용한다. 월계수 잎, 파슬리, 타임 등의 허브를 다져서 소금과 1:1 비율로 섞은 후에 오리 다리에 골고루 바르고 하루 정도 재운다. 재워두었던 오리 다리는 물로 소금을 씻어낸 뒤 물기를 제거하고 준비한 오리 기름에 푹 담근다. 기름째로 88~89℃로 맞춰놓은 오븐에 넣어 24시간 동안 익힌다. 오리 다리를 꺼내 식힌 뒤 기름에 빠져나온 육즙이나 불순물을 걸러내고 따로 식혀둔다. 그리고 다시 기름에 오리 다리를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냉장고에 들어가면 오리 기름이 굳는데, 사용할 때마다 오리 다리를 꺼내서 굳은 기름을 털어내고 상온에 두었다가 껍질 부분부터 노릇하게 굽는다. 속까지 바싹하게 구우려면 오븐에서 5~10분 추가로 굽는다. 기름에 꺼내 바로 먹는 것보다 한 번 더 구워야 더 맛있다. 고기 안에 포함된 당분과 단백질이 결합돼 갈색으로 변하는 마이야르 반응은 고기를 훨씬 맛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토마토 콩피는 오븐용 팬에 토마토를 담고 로즈메리, 타임, 통마늘, 샬롯, 통후추, 소금 등을 넣고 잠길 정도로 기름을 붓는다. 오븐 온도를 120℃로 맞추고 1시간 30분 정도 은근하게 익힌다. 요리에 가니시로 통째 내기도 하고 소스 대신 콩피를 갈아서 곁들일 수도 있다. 빵에 곁들이면 스프레드 역할을 한다. 단순하지만 진한 맛을 내는 요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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