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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음식 쓸.잡.

수비드의 쓸데없는 잡지식

by Romance H.P. 2025.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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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비드는 매우 섬세한 요리법이다. 정확하게 계산한 시간과 온도 하에서 조리해야만 재료 본연의 맛과 질감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수비드는 1970년대에 이르면서 부상했다. 수비드 요리의 대가로 알려진 브루노 구소 박사가 다양한 요리에 미치는 열의 효과를 연구하며 수비드 요리법을 체계화시켰고, 프랑스의 레스토랑과 각종 기관, 항공사 등의 주방에서 사용되며 혁신적인 조리 기법으로 발전해 왔다. 수비드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식재료에 요구되는 온도와 시간만 정확하게 조절한다면 모든 부분에 열을 골고루 전달할 수 있어 오쿡이나 언더쿡의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이로써 흥미로운 장점도 몇 가지 있다. 먼저 진공 팩에서 저온에 조리하는 기법의 특성상 재료가 머금고 있는 고유의 수분을 유지할 수 있고, 콜라겐의 수축을 막기 때문에 육류의 경우 완벽한 미디엄 레어로 실키한 식감의 스테이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또 수박처럼 가벼운 밀도의 조직을 압축시켜 수분과 맛이 보다 집중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요리 기법으로 불가능하던 조리도 가능해졌다. 수비드에 대한 오해 중 진공 포 비닐의 안전섬은 고밀도 폴리에틸렌과 저밀도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사용이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안심해도 좋다. 이외 고기에 뼈가 있을 경우 고온에서 조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고기 내의 열 이동에 뼈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오해가 있기 때문이다. 뼈가 있을 때보다도 더 빠르게 열을 전달하기도 한다.

 수비드 요리의 핵심은 무엇보다 '정확성'이다. 식재료를 준비해 밑간 한 뒤 비닐 팩에 밀봉해 넣기 때문에 '레시피의 정확성'이 요구되고, 식재료별 최적의 온도와 시간으로 조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온도의 정확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장시간 조리 후에는 오버 쿠킹을 막기 위해 냉매를 통해서 냉각해야 한다.

 이런 섬세하면서 정확해야 하는 수비드 요리를 전문 장비 없이 우리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먼저 전기밥솥이다. 가정이나 업장에 하나쯤 있는 전기밥솥은 수비드 기계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전기밥솥의 보온 기능이 밥솥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도조절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 제조회사마다 설정된 보온 온도가 다르지만 대체로 70~80°C에 결정되어 있다. 신형 전기밥솥들은 보온 온도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는 제품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제품들은 분해해서 온도를 조절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온도의 조절 폭이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은 좋아 수비드 기계의 대안으로는 충분한 조리 기구이다. 그다음으로 전기 어묵 조리기와 전기 국 끓이기가 있다. 두 제품 모두 흔히 볼 수 있는 조리 기구이며 수비드 계의 대안으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가격대는 10만 원 후반에서 40만 원대 정도지만 수비드 기계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둘 다 온도를 조절하는 다이얼이 있어 온도 조절이 쉽다. 전기 국 끓이기는 보통 뚜껑이 있어 보온이 더 잘된다. 반면, 전기 어묵 조리기는 뚜껑이 없는 제품이 많아 온도 유지를 위해 별도로 구매하거나 랩을 씌워 온도를 고루 유지시켜 주는 것이 좋다. 온도 조절이 수비드 기계에 비해 세밀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마지막으로는 원시적이며 저렴한 직접 가열 방법이다. 냄비에 물을 채우고 진공포장된 재료를 넣고 조리용 디지털 온도계를 꽂아 온도를 확인해 가며 가열한다. 이때 온도계의 측정침이 재료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야 재료를 익히는 물의 온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직접 가열 방법은 조리사의 인내심과 시간을 요구한다. 지속적으로 온도를 체크하고 재료의 상태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 재료가 원하는 상태로 조리되지 않을 수 있다. 시간이 많은 날 한 번쯤은 해볼 만하지만 자주 하기에는 번거로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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