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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음식 쓸.잡.

감칠맛의 쓸데없는 잡지식

by Romance H.P. 2025.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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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칠맛이라는 것은 우리가 멸치육수를 먹거나 다시마, 가쓰오브시, 토마토 등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 삼킨 후에 남는 맛의 여운 같은 것으로 단맛, 짠맛, 신맛, 쓴맛도 아닌 혀 위에 맴도는 맛이다. 우리는 음식을 먹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맛, 기분 좋은 맛, 먹고 나면 미소가 지어지는 맛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감칠맛이란 이러한 표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맛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 섭취하게 되는 맛은 무엇일까? 바로 감칠맛이다. 신생아들은 태어나자마자 모유를 먹게 된다. 모유 속에는 글루탐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우유와 비교하면 약 10배 이상이다. 감칠맛을 내는 대표 성분이라고 할 수 있는 글루탐산은 단백질을 형성하는 아미노산의 하나다. 단백질은 인간과 생물의 세포를 형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우리 신체에서도 만들어진다. 신체에는 약 2%의 글루탐산을 함유하고 있어 체중이 50kg인 사람이라면 약 1kg의 글루탐산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태어나서 모유를 먹고 감칠맛을 처음 느낄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미각은 예전에 먹어봤던 맛, 계속 먹어왔던 맛을 다시 찾게 되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친숙한 맛인 감칠맛을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감칠맛은 일본의 이케다 기쿠나 박사가 1908년 다시마로부터 글루탐산을 추출하는 데 성공해 이 맛을 '우마미'라고 붙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요리의 감칠맛을 끌어내는 소재는 나라와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대두나 어패류, 해초 등의 독특한 식재료를 사용해 왔다. 유럽에서는 쇠고기나 돼지고기, 치즈, 토마토 등 감칠맛을 많이 함유한 식재료를 조미료로 사용해 왔다. 또 전통적인 식재료 중 고기나 생선, 곡류나 콩류를 발효시킨 발효 조미료 등 평소 의식하지 않고 사용해 오던 식재료 중에서도 감칠맛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감칠맛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면 분명 선호하는 맛임이 확실하며 감미, 유지와 같이 글로벌하게 수용되고 있다.

 감칠맛에 대한 기호가 선천적으로 선호하는 맛인 것과는 반대로 후각을 동반하는 풍미의 기호는 후천적이고 지역적 특성이 매우 강하며 식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음식물을 넘기기에 앞서 뭉미 또는 시각적으로 얻게 되는 정보가 음식에 대한 기호를 판단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쳐 식문화에 맞지 않는 풍미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육수는 그 지역의 재료를 사용해 육수를 추출한다. 그래서 그 지역 특유의 육수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그 식재료의 풍미를 받아들일 정도로 익숙해졌다는 의미다. 예로 처음 가쓰오브시 육수를 접한 한국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그 특유의 훈연향과 달큰하고 쌉싸래한 풍미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기호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음식을 자주 접하면서 풍미에 익숙해지자 기호도와 연관되어 좋아하는 맛으로 인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식사하는 데 있어서 감칠맛 성분은 미각을 자극해 음식을 맛있게 하는 것 외에 타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음식을 씹고, 안전하게 삼킬 수 있도록 하며, 위장의 감각을 활성화해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음식물의 소화 흡수를 돕는다. 마지막으로 점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하는 소화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식사할 때 국이 있으면 밥이 술술 잘 넘어간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물론 수분을 함께 섭취하기 때문에 잘 넘어가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본다면 소화액 분비가 증가해 소화 흡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감성적인 면에서 본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큰 요소로 작용해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감칠맛이 함유된 재료를 폭넓게 활용한다면 앞으로 미각뿐만 아니라 건강에 미치는 중요한 점들을 속속 찾게 될 것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감칠맛이 증가하게 되면 짠맛을 조금 줄이더라도 그 요리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한 가지 재료보다는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감칠맛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으며 감칠맛의 강도가 적절하게 증가하면 염분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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